loading

큰맘 먹고 찾아간 재무 상담에서 얻은 것과 잃은 것

상담 예약부터가 벌써 진 빠지는 일이었다

월급은 매달 통장을 스쳐 지나가는데, 정작 내 자산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다. 남들은 연금저축펀드다 뭐다 해서 알아서 불린다는데, 나는 적금 이율 높은 은행 앱이나 깔짝거리는 게 전부였다. 그러다 우연히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유명하다는 자산 컨설팅 센터를 알게 됐다. 처음에는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문의를 넣었는데, 무슨 서류를 그렇게 많이 요구하는지. 지난 3년간의 카드 사용 내역부터 대출 원금이랑 금리 정보, 심지어 가입해 둔 보험 증권까지 다 떼어 오라고 하더라. 상담 시간은 딱 1시간 반으로 제한되어 있고, 상담료는 20만 원 정도라고 해서 덜컥 겁부터 났다. 이 돈을 내고서라도 정말 내 미래가 바뀔까 싶었지만, 일단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약속을 잡았다.

20만 원짜리 상담실의 공기

막상 도착한 곳은 강남역 근처의 깔끔한 오피스텔이었다. 커피 한 잔을 주면서 시작된 대화는 생각보다 차갑게 흘러갔다. 상담사는 내 월급 명세서를 보더니 한숨부터 내쉬었다. “이런 구조로는 돈이 안 모입니다”라는 말이 첫마디였다. 정기적금 금리 비교해봐야 요즘은 거기서 거기라고 하더라. 차라리 지금 가지고 있는 보험 상품을 싹 갈아엎고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옆에서 들으니 맞는 말 같으면서도, 왜 이렇게 기분이 묘한지 모르겠다. 내가 그동안 꼬박꼬박 내온 보험료가 마치 쓰레기처럼 취급받는 기분이랄까. 분명 도움을 받으러 간 건데, 내가 지금까지 재테크를 엉망으로 해왔다는 지적만 계속 받는 느낌이었다.

보험 해지가 답인가 하는 의문

가장 혼란스러웠던 부분은 보험 조정 문제였다. 기존에 5년 넘게 넣어온 보험이 사실은 불필요하다며 해지하고 새로 설계하라고 권유받았다. 해지 환급금을 계산해보니 낸 돈의 절반도 안 됐다. 이걸 지금 당장 해지하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상담사의 수수료를 위해 나를 설득하는 건지 도통 알 길이 없었다. 뇌혈관 질환이나 큰 병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다는 지적은 솔직히 무서웠다. 뉴스에서나 보던 거라 남의 일인 줄 알았는데, 막상 상담사가 전 재산을 잃을 수도 있다는 식으로 겁을 주니 정신이 아득해졌다. 결국 그 자리에서는 아무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나중에 돌이켜보니 남은 건 불안감뿐

상담을 다녀온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 아직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상담사가 보내준 투자 포트폴리오를 열어보지도 않았다. 내가 가진 정보가 너무 부족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누군가 내 돈을 관리해준다는 사실 자체가 부담스러운 건지 모르겠다. 차라리 예전처럼 그냥 적금이나 넣으면서 살까 싶다가도, 물가는 오르고 내 월급만 그대로인 현실을 생각하면 가만히 있을 수도 없다. 아산시에서 유사 조합 임대주택 사기 주의하라고 뉴스 나오는 걸 보면서, 괜히 이런 상담도 사기꾼들 판 치는 곳은 아닐까 하는 의심만 깊어졌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항상 자신만만하게 말하지만, 결국 그 책임을 지는 건 온전히 나라는 사실이 더 크게 다가온다.

어쩌면 혼자 고민하는 게 더 나을지도

지금 생각해보면 그 20만 원으로 맛있는 거나 사 먹고 책이나 몇 권 더 읽을 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세무사 상담 비용도 따로 든다고 하니 자산관리는 끝도 없는 비용 싸움인 것 같다. 지금은 그냥 통장을 쪼개고, 불필요한 구독 서비스나 몇 개 해지하는 선에서 멈추기로 했다. 적금이율이 1% 더 높은 은행을 찾는 것보다, 당장 오늘 점심값을 아끼는 게 더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음 달에도 또 고민하겠지만, 지금 당장은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은 이 상태가 오히려 마음 편하다. 이게 맞게 가는 건지 여전히 확신은 없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