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번호로 온 메시지 하나가 시작이었다
며칠 전이었다. 점심을 먹고 자리로 돌아와 습관처럼 핸드폰을 확인하는데 낯선 번호로 문자가 하나 와 있었다. ‘금융감독원 사칭’이라는 문구는 보지 못했지만, 내용은 대충 내 계좌에 이상 거래가 감지되었으니 아래 링크를 클릭해서 확인하라는 것이었다. 예전 같으면 바로 차단하고 지웠을 텐데, 하필 그날 아침에 대출 이자 문제로 은행 앱을 한참 들여다본 뒤라 마음이 이상하게 덜컥했다. 30만 원 정도 되는 이자가 빠져나간 걸 보고 ‘왜 이렇게 비싸지’ 싶어서 멍하니 있던 참이었으니까. 이게 사람 심리를 이용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우연의 일치인지 알 수 없지만 그 찰나의 불안감이 나를 한참 머뭇거리게 만들었다.
은행 창구까지 달려가서 물어본 이유
결국 링크는 누르지 않았지만, 괜히 찝찝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예전에 뉴스에서 보던 보이스피싱 사례들을 떠올려보니 내가 평소에 하던 금융거래 패턴이 너무 노출되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동네에 있는 시중 은행 지점에 직접 가보기로 했다. 기다리는 시간만 40분이 넘었다. 번호표를 뽑고 앉아있는데, 내 앞앞에 앉아있던 아주머니가 계속 불안한 듯 핸드폰을 쥐고 직원에게 무언가 물어보고 있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전기통신금융사기 관련해서 문의하러 오신 모양이었다. 직원이 차분하게 응대하는 걸 보면서, 나도 저 사람처럼 나중에 후회할 일을 만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담 창구에 앉아 내 계좌를 조회해달라고 말하는데, 아무 일 없다는 소리를 듣기까지 그 1분이 참 길게 느껴졌다.
FDS니 뭐니 해도 결국은 내가 조심해야 한다는 것
상담원에게 물어보니 요즘은 FDS, 그러니까 이상거래 탐지 시스템이 워낙 잘 되어 있어서 웬만한 건 걸러진다고 했다. 접속 기록이나 평소 패턴을 분석해서 비정상적인 움직임이 있으면 아예 거래를 막아버린다는 거다. 그런데도 피해가 계속 나오는 걸 보면 사기 수법이 정말 지능화되긴 했나 보다. 요즘엔 연예인들도 믿었던 사람들한테 횡령을 당하고 그러는데, 하물며 모르는 사람이 보내는 문자에 내가 안 흔들릴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금융사기 피해 예방을 위해 지급정지 절차 같은 것도 있긴 한데, 막상 그런 상황이 닥치면 당황해서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날 것 같다. 결국은 내가 내 정보를 잘 지키는 수밖에 없는데, 그게 생각보다 피곤한 일이다.
공문서 작성보다 무서운 모르는 사람의 접근
며칠 전에는 지인에게서 보험금 청구대행을 해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처음엔 고마운 마음도 있었지만, 이 사람이 내 개인정보를 어디까지 요구하는지 듣다 보니 덜컥 겁이 났다. 고지의무 위반 같은 복잡한 이야기가 나오니 머리가 아파왔다. 사실 돈 문제와 관련된 서류 작업은 언제나 어렵다. 공문서나 보험 관련 서류를 작성할 때마다 내가 혹시라도 잘못 기입해서 나중에 불이익을 당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곤 한다. 그런 불안을 파고드는 게 바로 사기라는 걸 알면서도, 막상 내 상황이 복잡해지면 누구에게라도 기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사람 마음인 것 같다. 결국 그 지인에게도 미안하다고 거절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게 잘한 건지 아니면 괜히 깐깐하게 굴어서 기회만 놓친 건지 여전히 알쏭달쏭하다.
그래도 여전히 남는 찜찜함
결국 그날 은행에서 별다른 문제는 없다는 확인을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역 앞에 있는 현금인출기를 보는데,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치던 것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다. 이 안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울고 웃으며 돈을 보내고 또 사기를 당하고 있을까. 사기죄 공소시효가 어떻고, 변호사를 선임해서 싸우는 게 어떻고 하는 이야기들을 가끔 인터넷에서 보긴 하지만, 그런 건 정말 남의 일일 줄 알았다. 이제는 내 핸드폰으로 오는 모든 알림이 다 경계 대상이다. 이런 의심을 하며 사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내가 너무 유난을 떠는 건지 모르겠다. 당분간은 은행 앱 비밀번호도 바꿔야겠다. 불안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오후다.

계좌 확인 문구 받고 순간적으로 덜컥한 기분, 정말 공감되네요. 제가 비슷한 경험 때문에 요즘은 출처가 불분명한 링크는 클릭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계좌 조회할 때, 앞뒤로 불안한 분이 계셔서 저도 좀 긴장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