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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부업 한번 해보려다가 주말 아침 시험장까지 다녀온 이야기

가락시장 과일 위탁판매를 해보려다 포기한 이유

요즘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진짜 체감이 되다 보니 퇴근하고 집에서할수있는부업거리가 뭐가 있을까 자주 뒤적거리게 된다. 처음에는 진입장벽이 낮아 보이는 농수산물 유통 쪽에 관심이 갔다. 요즘 유튜브를 보면 송파구에 있는 가락시장과일도매 업체를 끼고 쇼핑몰에서 위탁판매를 하면 재고 없이도 꽤 쏠쏠하게 용돈벌이를 할 수 있다는 영상이 엄청 많았다. 나도 혹해서 과일 사진을 대충 올려두고 주문 들어오면 발주 넣는 식으로 가볍게 시작해보려고 했다. 하지만 조금만 깊게 알아보니 매일 아침 경매가에 따라 도매가가 널뛰기를 하고, 혹시라도 배송 중에 찌그러지거나 상한 과일이 나오면 그 반품 처리를 직장인인 내가 실시간으로 대응하기가 불가능해 보였다. 잘못하면 소일거리로 몇만 원 벌려다가 스트레스만 잔뜩 받고 손해를 볼 것 같아 결국 시작도 못 해보고 접었다.

알바사이트를 뒤지다 발견한 보험설계사 시험이라는 대안

결국 평범하게 구인구직사이트나 알바사이트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타이핑 알바나 블로그 관리 대행 같은 것들은 단가가 너무 낮거나 이상한 스팸성 글을 써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꺼려졌다. 그러던 중 아는 사람을 통해 보험설계사시험을 보고 자격증을 따두면 굳이 전업으로 뛰지 않아도 가족들이나 본인 보험을 가입하면서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요즘은 비대면으로 집에서 조금씩 활동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길래, 차라리 이게 농산물유통보다 골치 덜 아프고 깔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시험만 합격해 두면 언젠가는 쓸 일이 있겠지 싶어서 덜컥 도전해보기로 했다.

생각보다 외울 게 많아서 당황했던 시험 공부 과정

지인을 통해 대리점에 등록하고 공부용 교재를 받았는데 책 두께를 보고 1차로 당황했다. 그냥 상식 선에서 도덕적인 문제만 잘 풀면 되는 줄 알았는데, 세법부터 시작해서 각 보험 상품별 특징, 계약법 등 생소한 법률 용어가 가득했다. 퇴근하고 피곤한 몸으로 매일 밤 2시간씩 책을 들여다보는데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차라리 공부 안 해도 되는 블로그수익 같은 걸 노려볼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시험 기출문제를 풀어보니 과락 기준인 60점을 못 넘는 회차가 수두룩해서 시험일이 다가올수록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았다.

시험 접수비와 세부 일정 조율의 번거로움

시험을 접수하는 과정도 은근히 번거로웠다. 접수비는 3만 원 정도였는데, 내 돈 내고 시험을 보러 가려니 벌써 아까운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시험장이 집에서 꽤 먼 서울 신설동 근처의 고사장으로 배정되었다. 시험 시간도 토요일 아침 9시라, 늦잠을 잘 수 있는 유일한 주말인데 아침 7시부터 일어나 준비해야 했다. 지하철을 타고 시험장에 도착하니 대기실은 이미 나이대 높은 분들로 가득 차 있었고, 다들 두꺼운 오답 노트를 보느라 엄숙한 분위기였다. 나처럼 대충 용돈이나 벌어볼까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온 사람은 별로 없어 보여 괜히 주눅이 들기도 했다.

합격하고 나서 마주한 실제 영업의 높은 벽

어찌저찌 OMR 카드 마킹을 마치고 시험장을 나오는데 홀가분하면서도 묘하게 찝찝했다. 다행히 며칠 뒤 70점대 중반으로 턱걸이 합격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진짜 문제는 합격 이후였다. 실제로 코드를 발급받고 활동하려면 온라인으로 필수의무교육을 수십 시간 동안 들어야 했다. 퇴근 후 컴퓨터 앞에 앉아 계속 클릭을 해가며 페이지를 넘기는데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다. 게다가 아무리 가족 계약만 한다고 해도, 막상 친척들에게 보험 이야기를 꺼내려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거나 내 돈을 들여서 계약을 유지해야 하는 구조라는 걸 깨닫고 나니 의욕이 급격히 꺾였다.

자격증은 땄지만 아직도 서랍 속에 묵혀두고 있는 상태

시험을 합격한 지 벌써 세 달이 넘게 지났지만, 내 이름으로 발급된 설계사 자격증은 그냥 메일함 속에 PDF 파일로 잠들어 있다. 그때 공부했던 내용들도 이제는 가물가물하다. 가끔 인터넷에서 재택부업으로 쉽게 돈 벌었다는 후기들을 보면 다시 마음이 흔들리지만, 세상에 정말로 쉬운 일은 없다는 걸 몸소 겪고 나니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다음 주말에는 또 다른 소일거리를 찾아 인터넷을 헤매고 있을 것 같지만, 당분간은 그냥 주말에 늦잠이나 실컷 자는 게 이득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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