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가본 경매장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얼마 전 인테리어 때문에 고민하다가 우연히 미술품 경매 이야기를 듣게 됐다. 매번 가구점이나 온라인 편집숍에서 그림을 샀는데, 이번에는 좀 다른 느낌의 그림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서울옥션이나 케이옥션 같은 곳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사실 이런 곳은 돈이 아주 많은 사람들만 가는 곳이라고 생각해서 선뜻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막상 강남센터에 들어섰을 때 느낀 건 생각보다 분위기가 너무 차분하다는 점이었다. 도서관처럼 다들 조용히 작품을 살피는데, 나처럼 어리둥절하게 서 있는 사람은 거의 없어 보였다.
가격표가 없는 그림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미술 경매장에서 가장 당황스러웠던 건 작품마다 붙어있는 친절한 가격표가 없다는 거였다. 대신 얇은 도록 한 권을 들고 일일이 번호를 맞춰봐야 했는데, 그마저도 추정가가 8만에서 12만 홍콩달러 식으로 적혀 있어서 지금 이게 얼마라는 건지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리느라 진땀을 뺐다. 바나나 한 개가 95억 원에 팔렸다는 뉴스를 보고 갔던 터라, 내가 보기에 그냥 예뻐 보이는 그림들도 다 엄청난 가치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앞섰다. 몇몇 고미술품이나 화각장 같은 것들은 왠지 나 같은 초보가 섣불리 손댔다가는 큰일 날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위탁은 또 다른 세계의 일이었다
경매가 끝나고 슬쩍 관계자분께 내가 그린 그림도 혹시 출품이 가능한지 물어본 적이 있다. 사실 꽤 오랫동안 취미로 작업을 해왔던 터라 내심 기대도 했는데, 결과는 생각보다 훨씬 까다로웠다. 작품 사진과 설명은 기본이고, 경매사마다 요구하는 접수 기준이 다 다르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단순히 내가 만족해서 그린 그림과 시장에서 거래되는 작품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벽이 있다는 걸 실감했다. 이게 단순히 자산배분 차원에서 미술품을 사는 사람들과, 그걸 창작하는 사람의 위치 차이인가 싶기도 했다.
집에 돌아와서도 찜찜함이 남았다
결국 그날은 아무것도 낙찰받지 못하고 도록만 챙겨서 나왔다. 140점이 넘는 작품들이 순식간에 거래되는 걸 보면서 왠지 모를 소외감을 느꼈달까. 낙찰 총액이 50억, 60억씩 오가는 걸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내가 거실에 걸어둘 그림을 찾으러 온 게 맞나 싶기도 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걸 확실한 투자 수단으로 여기고, 어떤 사람들은 그저 취미로 즐긴다는데, 나는 그 중간 어디쯤에서 길을 잃은 기분이었다. 예쁜 액자에 담긴 그림 한 점을 사는 게 왜 이렇게 복잡한 과정들을 거쳐야 하는지, 집에 와서 다시 생각해보니 차라리 그냥 동네 작은 갤러리나 온라인 플랫폼이 나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의 기준이 아직은 정립되지 않았다
결국 미술품이라는 게 주식이나 부동산처럼 명확한 수익률을 따지는 건지, 아니면 그냥 내 공간의 분위기를 바꾸는 인테리어 소품인지 정의 내리는 것조차 어렵다. 팝아트 작품 몇 점은 정말 탐이 났지만, 그 가격에 내가 감당해야 할 무게가 얼마나 될지 가늠이 안 됐다. 당장 다음 달에 또 경매가 열린다는데, 다시 갈지 말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분명 재미는 있었는데, 동시에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계속 발목을 잡는다. 누군가는 눈이 높다고 하고, 누군가는 너무 늦게 시작했다고 하는데, 그냥 내가 좋아하는 걸 사는 게 제일 어렵다는 걸 이번에 확실히 깨달았다.

작품이 주는 느낌에 좀 더 집중해야 할 덧 같습니다. 특히 작품의 배경이나 제작 과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그런 것 같네요.
그림 가격표가 없어서 헷갈렸던 거 공감해요. 제가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경매 전에 작품 정보 검색을 좀 더 꼼꼼히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