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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걸 그림 하나 사려다가 일이 커졌다

갑자기 휑해 보였던 거실 벽면

한참 동안 잊고 살다가 문득 눈에 들어오는 순간이 있다. 거실 소파 뒤에 있는 커다란 흰색 벽지가 너무 적막해 보인다는 사실을 말이다. 처음에는 그냥 인터넷에서 적당한 포스터를 하나 사서 붙일까 싶었다. 카페 인테리어 소품이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뻔한 그림들, 그러니까 대충 추상적인 선이 그려져 있거나 식물 사진이 들어간 것들 말이다. 근데 막상 고르려니 마음이 영 내키지 않았다. 액자 값만 해도 5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는 줘야 하는데, 인쇄된 종이 쪼가리를 그 돈 주고 사서 못질까지 해가며 걸어두는 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친구 집에서 본 캔버스 그림 하나가 떠올랐다. 확실히 인쇄물이랑은 질감이 달랐다. 그래서 더 깊게 파고들기 시작했다.

김슬기 작가라는 이름과 모호한 가격들

무작정 그림 파는 곳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요즘은 뭐 공간 대여 플랫폼이나 인스타를 통해서도 그림을 많이 산다길래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그러다 우연히 김슬기 작가 작품을 보게 됐는데, 색감이 딱 내가 찾던 느낌이었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이게 무슨 주식도 아니고 조각 투자니 뭐니 해서 미술품을 쪼개서 판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내가 보던 건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가격대가 명확하지 않았다. 어떤 사이트는 가격을 아예 비공개로 해두고 문의하라고 되어 있고, 어떤 곳은 30만 원대에 올라와 있었다. 똑같은 사이즈인데도 어디서 파느냐에 따라 가격 차이가 꽤 났다. 그냥 내가 마음에 드는 그림 하나 사는 건데, 무슨 투자처 찾는 것도 아니고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전시회에 직접 가서 보고 싶다는 괜한 욕심

온라인으로 보는 거랑 실제 색감이 다를 수 있다는 후기를 읽고 나니 더 찝찝해졌다. 마침 부산 전시 일정이 있길래 가볼까 싶기도 했다. 근데 생각해보니 그림 하나 보겠다고 그 먼 길을 가는 게 맞나 싶기도 하고. 결국 시간 내기가 애매해서 포기했다. 모자이크 액자 같은 것도 예뻐 보였는데, 막상 우리 집 거실 조명 아래 두면 너무 튀지 않을까 걱정도 됐다. 그냥 재물운 그림이라고 검색해서 나오는 촌스러운 금색 해바라기 같은 거나 사서 걸까 싶기도 했다. 적어도 그건 가격이라도 투명하니까 마음은 편했을지도 모른다. 결정을 못 하고 며칠을 보내니 그림 구경하는 것 자체가 일처럼 느껴졌다.

벽에 거는 것보다 중요한 고민의 시간

결국 인테리어의 완성은 그냥 벽을 비워두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이르렀다. 요즘은 미술품 보관실이니 뭐니 해서 습도 관리까지 하며 작품을 다루는 사람들도 있다던데, 나는 고작 벽지 위에 걸 액자 하나 때문에 이렇게 진을 빼고 있다니. 습기에 취약한 우리 집 벽면 상태를 생각하면 캔버스 그림이 휘지는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도 든다. 한샘이나 다른 인테리어 업체에서 파는 벽면 마감재가 더 현실적인 선택지였을지도 모른다. 사실 처음부터 아주 대단한 예술 작품을 원했던 건 아니었는데, 정보를 찾으면 찾을수록 뭔가 더 그럴듯한 것을 가져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생겼다.

아직도 결정하지 못한 거실 벽의 운명

지금도 거실 벽은 여전히 하얗고 휑하다. 오늘 퇴근길에 갤러리 근처를 지나왔는데, 들어가 보려다가 그냥 지나쳤다. 들어가면 또 가격 물어보고, 배송은 어떻게 되는지, 관리 방법은 뭔지 꼬치꼬치 따져 물어야 할 것 같아서 피곤했다. 그냥 다이소에서 파는 저렴한 패브릭 포스터라도 사서 임시로 걸어둘까 싶다. 처음에는 멋진 인테리어를 꿈꿨지만, 지금은 그냥 이 공허함만 어떻게든 가려지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다. 그림을 고르는 즐거움은 어디 가고, 점점 숙제를 하는 기분이 든다. 다음 달쯤 다시 고민해보든가, 아니면 그냥 영원히 비워두든가 해야겠다. 어차피 이 집에서 평생 살 것도 아닌데 너무 애쓰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벽에 걸 그림 하나 사려다가 일이 커졌다”에 대한 3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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