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메디엑스포에 다녀왔다. 사실 처음에는 그냥 최신 의료 기기나 좀 볼 생각으로 가볍게 발걸음을 옮겼는데, 생각보다 훨씬 분위기가 거창해서 약간 당황스러웠다. 매년 열리는 행사라고는 들었지만, 올해는 유독 스타트업 특별관이라는 곳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었다. 입구부터 줄을 서서 명함을 내미는 사람들을 보니, 여기가 단순한 전시회인지 아니면 본격적인 투자 상담의 장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처음 접해본 벤처캐피탈의 IR 피칭 현장
스타트업 특별관 근처를 지나가다 릴레이 IR 피칭이라는 걸 우연히 보게 됐다. 젊은 대표들이 나와서 자기들 사업 아이템을 열심히 설명하는데, 옆에서 듣고 있는 심사역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사무적이었다. 내가 보기에 저게 사업이 될까 싶은 아이템도 있었는데, 질문 세례를 퍼붓는 걸 보면서 역시 보는 눈이 다르구나 싶었다. 한 30분 정도 서서 구경했는데 다리가 아파서 결국 뒤로 빠져나왔다. 투자받는다는 게 그냥 서류 몇 장 내고 끝나는 게 아니구나 싶어서 괜히 옆에서 보는 나까지 진이 빠졌다.
대규모 투자상담회가 열리는 뒷모습
전시장 한구석에는 아예 1대 1 투자 상담을 진행하는 부스들이 쫙 깔려 있었다. 사전 신청한 기업들이 벤처캐피탈(VC) 관계자들과 진지하게 대화하고 있었는데, 언뜻 지나가며 들으니 수억 원 단위의 이야기가 아무렇지 않게 오갔다. 예전에 어떤 지인이 주식 투자 사이트만 보면서 종목 찾겠다고 끙끙대던 모습이 떠올랐다. 여기서는 그런 소액 투자보다는 정말 기업의 운명을 걸고 하는 상담이 이뤄지고 있어서 온도 차이가 꽤 컸다. 문득 나도 이런 자리에 앉아있다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봤는데, 금세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정보의 불균형과 막연한 불안감
전시장을 나오면서 생각해보니, 이런 정보들은 결국 발품을 파는 사람들에게만 먼저 흘러가는 건가 싶었다. 주식 동향이나 우량주 정보는 인터넷에 넘쳐나지만, 이렇게 직접 사람을 만나서 가치를 평가받는 과정은 폐쇄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주부 알바나 직장인 부업 같은 소소한 재테크 정보만 찾던 내가 이런 현장에 들어와 있으니 어딘가 이방인이 된 것 같기도 했다. 입장료가 아깝지는 않았지만, 내가 가진 자산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에 대한 해답보다는 오히려 질문만 잔뜩 안고 나온 기분이다.
집에 돌아와서 다시 마주한 익숙한 고민들
집에 와서 다시 컴퓨터를 켜고 재무 관리 상담 링크나 찾아보고 있는 나를 보니 헛웃음이 났다. 엑스코 현장에서 본 그 치열한 분위기를 당장 내 삶에 적용할 수는 없으니까. 주식 차트나 들여다보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인가 싶기도 하고, 아니면 정말 전문가를 찾아가서 내 재무 상태를 투명하게 까놓고 상담을 받아야 하나 고민도 된다. 상담 비용이 대략 5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로 형성되어 있는 걸 보니, 돈을 벌기 위해 돈을 써야 하는 이 상황이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에는 그냥 편하게 전시만 보고 와야지 다짐하면서도, 자꾸만 투자 상담 배너에 눈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전시장에서 직접 투자자분들과 이야기 나누는 모습 보니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얻는 정보와는 또 다른 차이가 있겠더라고요. 특히, 제 상황에는 맞지 않는 조언도 많아서 좀 혼란스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