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명의로 주식 계좌를 처음 만들던 날이 기억난다. 사실 거창하게 자산 관리를 해주겠다는 대단한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냥 명절마다 들어오는 용돈을 어디에 둘지 고민하다가, 10년 뒤에 아이가 커서 대학 등록금이라도 보태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뿐이었다. 앱을 설치하고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복잡해서 중간에 몇 번이나 창을 닫고 다시 시작했는지 모른다. 가족관계증명서랑 기본증명서 떼는 것도 은근히 번거로웠고, 무엇을 눌러야 아이 계좌로 연결되는지 자꾸 헷갈려서 한참을 헤맸다.
뭘 사야 할지 몰라 헤매던 시간
계좌를 다 만들고 나니 정작 어떤 종목을 사야 할지 막막했다. 처음에는 흔히들 말하는 어린이펀드를 기웃거렸는데, 생각보다 종류가 너무 많아서 선택하기가 어려웠다. ‘돈 모으는 방법’이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수많은 정보 속에서 뭐가 정답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주식 관련 카페에 들어가면 누구는 당장 로봇주를 사야 한다고 하고, 누구는 희토류 관련주가 미래라고 했다. 그런 글들을 읽다 보면 마음이 조급해지다가도, 또 한편으로는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나’ 싶은 현타가 오기도 했다. 결국에는 그냥 이름이라도 들어본, 아니면 남들이 가장 많이 한다는 미국 지수 추종 ETF로 눈길을 돌렸다.
지루함을 견디는 것이 장기투자라는데
한번 사두면 10년은 묵혀둘 생각이라며 처음에는 자신만만했다. ‘장기투자 종목’이라고 검색해서 상위권에 뜨는 것들을 몇 개 추려 담았다. 당시에는 매일같이 오늘의 주식 시세를 확인하곤 했다. 점심시간마다 화장실에 숨어서 계좌를 확인하는 게 일종의 루틴이 되었는데, 이게 생각보다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었다. 하루는 마이너스였다가 하루는 플러스인 숫자를 보면서 매번 마음이 흔들리는 거다. 사실 10년 뒤를 본다면 오늘 1% 떨어지는 게 뭐가 그리 중요한가 싶으면서도, 막상 파란색 숫자를 보면 기분이 묘하게 가라앉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자산관리 앱의 알림이 신경 쓰일 때
요즘은 자산관리 앱들이 참 잘 되어 있다. 내가 산 종목들이 어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지 알아서 계산해주고, 뉴스까지 띄워주니까 편리하긴 하다. 그런데 가끔은 그 친절한 알림들이 오히려 독이 될 때가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지내고 싶은데 ‘당신의 자산이 변동되었습니다’라는 문구가 뜰 때마다 다시금 앱을 켜게 된다. 특히 AI 관련 종목들이 급등락할 때마다 내 계좌도 덩달아 춤을 추니, 장기 투자라는 명목 하에 시작했던 일이 마치 단기 매매를 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내가 의도한 게 이런 게 아니었는데 싶어서 그냥 앱 삭제를 고민하기도 했다.
가끔은 잊고 지내는 게 더 나을지도
주변에서는 아이 계좌니까 더 공부해서 적극적으로 굴려보라고들 한다. 하지만 매일같이 변하는 주식 시장의 흐름을 쫓아가는 게 나 같은 일반인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가끔은 ‘그냥 저축은행 예금이나 할걸 그랬나’ 싶은 생각도 든다. 어제는 우연히 몇 년 전 샀던 종목 수익률을 봤는데, 내가 매일 확인하며 고민했던 시간들에 비해 결과가 딱히 드라마틱하지도 않았다. 그냥 묵묵히 제 갈 길을 가는 것 같기도 하고, 정체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지금도 이 선택이 맞는 건지 확신이 서지는 않는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고민들
언젠가 아이가 컸을 때 이 통장을 열어주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때는 지금처럼 이런 고민을 안 해도 될까. 주식 계좌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서 하나씩 공부해가고는 있지만, 여전히 나에게는 어렵기만 하다. 종목 하나를 고를 때마다 이게 맞는 건지, 저게 더 나은 건지 갈팡질팡하는 마음은 계좌 개설 첫날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아마도 이 고민은 아이가 대학생이 될 때까지, 아니면 그 이후까지도 계속될 것만 같다.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기보다는 그냥 조금씩 조금씩 그냥 내버려 두는 법을 배우는 게 지금으로선 최선인 것 같다.

미국 지수 ETF를 선택하신 것도 현명하네요. 저도 가끔 시장 상황에 너무 휘둘려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투자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느낍니다.
앱 알림 때문에 오히려 더 불안해지는 것 같아요. 주식 시장 상황이 워낙 변동성이라, 앱이 알려주는 정보에 계속 신경 쓰게 되더라고요.
가족관계증명서 때문에 진짜 당황스러웠을 것 같아요. 저도 처음 주식 투자할 때 각종 서류 준비하느라 시간 낭비했었거든요.
어린이펀드 계좌 만드는 과정이 생각보다 복잡하네요. 가족관계증명서 때문에 정말 헤맶되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