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결국 도면까지 들고 문래동 철공소를 찾아가게 된 이유

창업 예산 계획과 포토존 설치의 어긋난 시작

처음 애견카페창업비용을 계산해 보았을 때 가장 골치 아팠던 건 역시 인테리어 비용이었다. 소상공인 지원 센터에서 가벼운 금융컨설팅을 받으면서 초기 고정비를 무조건 줄여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음에도, 이상하게 포토존만큼은 포기가 안 됐다. 요즘 인스타에 올라오는 예쁜 공간들을 보면 다들 번듯한 포토스팟 하나씩은 두고 있었으니까. 처음에는 인터넷에서 파는 10만 원 안팎의 롤업배너나 플라스틱 가벽 같은 기성품으로 대충 때워볼까 싶었다. 하지만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넘어질 것 같은 허술한 비주얼을 보고 나니 도저히 그걸 매장 앞에 둘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결국 직접 발품을 팔아 튼튼한 포토존만들기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결정이 앞으로 겪을 머리 아픈 일들의 시작일 줄은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을지로와 문래동 철공소를 기웃거리며 알게 된 제작 단가

인터넷으로 포토부스제작 업체나 파이프제작 업체를 검색해 보았지만 제대로 된 단가표가 나와 있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전화 상담을 받아봐도 크기와 마감 방식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라는 뻔한 대답만 돌아왔다. 답답한 마음에 일단 현장으로 가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을지로 3가 골목을 헤맸는데, 생각보다 소량 맞춤 제작을 반겨주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래서 방향을 틀어 문래역 7번 출구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걸어가면 나오는 문래동 철공소 골목으로 향했다. 쇳가루 냄새가 자욱한 좁은 골목들을 서성거리며 몇 군데 공장에 견적을 물어보았다. 기성품으로 나오는 철제 프레임 가격보다 확실히 주문 제작은 비쌌다. 내가 구상한 2m짜리 아치형 철제프레임과 하부 고정판을 용접하는 데만 최소 80만 원에서 120만 원 선의 비용이 든다는 말을 들었다. 금융컨설팅에서 경고했던 ‘예측 불가능한 지출’이 바로 이런 거였구나 싶었다.

기성품 롤업배너와 직접 용접하는 철제 프레임의 무게 차이

사실 굳이 이렇게 무겁고 비싼 철제를 고집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다. 매장 내부가 아닌 야외 테라스 쪽에 설치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었다. 가벼운 롤업배너는 야외에 두면 하루도 못 가 쓰러질 게 뻔했고, 서울모빌리티쇼 같은 대형 행사장 구석에서나 쓸 법한 거대하고 튼튼한 프레임은 너무 과했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한 끝에 결국 흔들림 없는 묵직한 철제 구조물로 가기로 결정했다. 알루미늄이나 목재로 하면 가격은 조금 내려가겠지만 습기에 약해 뒤틀리거나 도색이 쉽게 벗겨진다는 사장님들의 조언도 한몫했다. 비록 금융컨설팅 예산 한도를 초과하는 지출이었지만, 나중에 강풍에 넘어져 다치는 사고가 생기는 것보다는 처음부터 묵직하게 만드는 편이 장기적으로 낫겠다는 나름의 타협점을 찾았다.

문래동 공장에서 도면을 들고 씨름했던 8일간의 시간

막상 제작을 맡기려고 하니 도면이 문제였다. 전문 디자인 툴을 다룰 줄 모르는 터라 손으로 대충 그린 스케치와 치수를 적은 종이를 들고 갔더니 공장 사장님이 헛웃음을 지으셨다. 파이프 두께는 몇 t(두께)로 할 건지, 분체 도장은 무광으로 할 건지 유광으로 할 건지 물어보시는데 아는 단어가 하나도 없어서 한참을 어버버했다. 결국 인터넷에서 비슷한 사진들을 쥐어짜듯 찾아 보여주고 겨우 상세 스펙을 정했다. 도면을 조율하고 실제로 용접과 도색 과정을 거쳐 물건을 인도받기까지 꼬박 8일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 와중에 도색이 살짝 밀린 부분이 있었지만 사장님이 바빠 보여서 차마 다시 해달라는 소리는 못 하고 그냥 들고 왔다. 완성된 프레임을 트럭에 실어 매장으로 가져오는 과정에서도 무게 때문에 진땀을 뺐다. 무게가 거의 40kg에 육박해 혼자서는 도저히 들 수가 없었다.

셀프 설치 과정에서 겪은 부품 규격 불일치 문제

겨우 프레임을 매장에 가져다 놓은 뒤에는 사진인화기계와 아크릴 간판을 프레임에 고정하는 작업이 기다리고 있었다. 미리 인터넷으로 주문해 둔 브래킷과 볼트의 나사산 규격이 철제프레임에 타공된 구멍 크기와 미세하게 맞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 불과 1mm 차이였지만 나사가 들어가다 중간에 뻑뻑하게 멈춰버렸다. 쇠를 깎아내는 전동 드릴 비트도 없어서 결국 근처 철물점으로 달려가 사장님께 상황을 설명하고 탭 드릴 비트를 빌려와서 구멍을 일일이 다시 넓혀야 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나사를 조이다 보니 내가 지금 애견카페를 준비하는 건지 철공소 조수가 된 건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손끝은 쇳가루와 기름때로 까맣게 물들었고, 매끄럽지 못한 조립 부위는 자꾸만 눈에 밟혔다.

완성 후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예산 대비 효율에 대한 의문

우여곡절 끝에 포토존 설치를 마치고 나니 그럴싸해 보이기는 했다. 하지만 제작비와 운송비, 그리고 설치 과정에서 추가로 들어간 공구 값까지 다 합치니 예산을 훌쩍 뛰어넘는 지출이 발생했다. 과연 이 포토존이 손님들을 끌어모으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줄지, 아니면 그냥 내 만족을 위한 예산 낭비였는지는 아직도 명확하게 판단이 서지 않는다. 주말에 손님들이 개들을 데리고 와서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가도, 월말 통장 잔고를 확인하면 금융컨설팅을 해줬던 담당자의 씁쓸한 표정이 오버랩되곤 한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할 때 어디까지 타협하고 어디서부터 돈을 아껴야 하는지, 그 명확한 선을 긋는 일은 여전히 어렵게만 느껴진다.

“결국 도면까지 들고 문래동 철공소를 찾아가게 된 이유”에 대한 2개의 생각

댓글 남기기